고통을 잘 참아내는 능력은 흔히 강한 정신력이나 긍정적인 성격의 한 부분으로 여겨지곤 합니다. 하지만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이러한 성향이 오히려 위험한 심리적 특징과 연결될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네덜란드 라드보드 대학의 디마나 아타나소바 박사 연구팀이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고통을 참는 능력이 강한 사람일수록 정신병적 성향을 가질 가능성이 높다고 합니다. 이 연구는 '커뮤니케이션스 사이콜로지(Communications Psychology)' 저널에 발표되었으며, 고통 감내 성향과 정신병적 성향 간의 관계를 면밀히 조사했습니다.
정신병적 성향은 공감 부족, 죄책감 결여, 충동적 행동 등의 특징을 가지고 있으며, 다른 사람의 감정에 무감각하거나 자신의 행동에 대한 결과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는 경향을 포함합니다. 아타나소바 박사는 이러한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처벌을 받아도 행동을 수정하지 않는 경향이 있으며, 이는 부정적인 경험으로부터 학습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증거라고 설명했습니다. 즉, 고통을 무시하는 성향과 반복적인 행동 패턴이 연관되어 있음을 지적한 것입니다.
연구팀은 두 가지 실험을 통해 이 관계를 확인했습니다. 첫 번째 실험에서는 참가자 106명이 자신의 공감 부족, 충동성 등 정신병적 성향을 평가하는 설문지를 작성한 후, 점점 강도가 높아지는 전기 충격을 받았습니다. 연구자들은 이들이 고통을 처음 느끼기 시작하는 지점과 참아낼 수 있는 최대 강도를 기록했는데, 정신병적 성향이 높은 사람들은 보통 사람들보다 더 강한 고통을 견디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일부 참가자들은 기계의 최대 전류인 9.99 밀리암페어까지도 참아냈으며, 이는 보통의 사람들이 느끼는 고통의 한계를 초과한 수준입니다.
두 번째 실험에서는 참가자들이 두 가지 색상의 카드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게임을 통해 고통과 보상을 경험하도록 설계되었습니다. 참가자들은 처음에 0.10유로의 보상 또는 벌금을 얻었지만, 이후 카드 선택 시 전기 충격이 주어지는 방식으로 변경되었습니다. 실험의 목적은 잘못된 선택 후 행동을 수정하는지 관찰하는 것이었는데, 정신병적 성향이 높은 참가자들은 전기 충격을 경험한 후에도 동일한 카드를 반복해서 선택하는 경향이 강하게 나타났습니다. 연구진은 이러한 현상을 '신념 초기화'로 설명하며, 부정적인 결과나 고통스러운 경험 이후에도 기존의 행동을 쉽게 수정하지 않는 심리적 경향이 드러났다고 밝혔습니다.
이 연구 결과는 고통을 참아내는 성향이 긍정적인 특성만은 아닐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고통을 덜 느끼거나 쉽게 무시하는 성향은 행동 교정을 방해할 수 있으며, 이는 특정 성격의 위험성을 설명하는 중요한 단서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연구진은 특히 이러한 성향이 학습 결핍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고통을 통해 부정적인 결과를 학습하고 행동을 수정하는 과정이 결여될 경우, 반복적인 반사회적 행동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아타나소바 박사는 "정신병적 성향이 높은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안녕에 무관심하고 공격적이거나 착취적인 행동을 보일 수 있으며, 이는 고통 둔감성과 결부되어 위험한 성향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번 연구는 'Diminished pain sensitivity mediates the relationship between psychopathic traits and reduced learning from pain'이라는 제목으로 발표되었으며, 고통 감내 능력이 강한 성향이 정신건강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을 다시금 생각하게 합니다. 고통을 참아내는 능력이 단순히 긍정적인 특성으로만 여겨지기보다는, 그 이면에 숨겨진 복잡한 심리적 요인들이 있을 수 있음을 시사하는 이번 연구 결과는 고통과 정신적 성향의 관계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기여를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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